면역력 높이기가 목표처럼 이야기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감염에 걸리면 면역이 약해서라고 여기게 되고, 그러면 올리는 것이 답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면역계에는 문제가 생기는 방향이 둘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읽으시는 분들이 속한 집단에서는 과한 쪽 문제가 실제로 더 흔합니다.
오늘은 국내 자료를 놓고 정리해 보겠습니다.
면역이 자기 몸을 공격할 때
면역계는 침입자와 내 몸을 구분해서 침입자만 공격해야 합니다. 이 구분이 흐트러지면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공격하게 됩니다.
MSD 매뉴얼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의 예로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 관절염, 하시모토 갑상선염, 제1형 당뇨병, 전신성 홍반루푸스, 혈관염 등이 있습니다[1].
목록을 보시면 익숙한 이름이 여럿 있으실 겁니다. 드문 병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상태는 면역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활동은 하고 있는데 대상을 잘못 고른 것에 가깝습니다.
국내 자료가 보여주는 것
한 가지 숫자를 보시겠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46,828명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한국 성인의 류마티스관절염 유병률은 이렇게 나왔습니다[2].
| 구분 | 유병률 |
| 전체 성인 | 1.1% |
| 남성 | 0.6% |
| 여성 | 1.7% |
| 70세 이상 | 3.5% |
[표 1] 한국 성인 류마티스관절염 유병률 · 출처: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2]
여성이 남성의 약 3배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 70세 이상에서 3.5%로 정점을 찍습니다[2].
같은 연구에서 여성의 경우 연령과 주관적 건강 상태가 주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2].
전 세계적으로도 류마티스관절염의 여성 대 남성 비율은 약 3 대 1입니다[3].
이 블로그의 독자층이 정확히 그 구간에 있습니다. 면역이 과한 쪽으로 기울어 생기는 질환이, 이 집단에서 더 흔하다는 뜻입니다.
제도가 이미 나눠 두었습니다
여기가 제가 앞선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부분입니다.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항목을 보면, 면역과 관련해 서로 다른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 면역 기능 개선
- 과민피부상태 개선[4]
두 번째는 면역 반응이 부족한 쪽이 아니라 과한 쪽을 다루는 항목입니다.
국내 인정 체계 자체가 면역을 하나의 축으로 보지 않습니다. 끌어올리는 쪽과 가라앉히는 쪽을 다른 기능성으로 나눠 두었습니다.
“면역력을 높인다”는 표현이 인정 문구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 실제 문구는 ‘건강한 면역기능 유지에 도움’ 또는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입니다. 유지이고 필요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확인하나
‘높인다’가 목표가 아니라면, 대신 물어볼 것들이 있습니다.
감염이 반복되는가 — 같은 부위에 자주, 오래, 잘 낫지 않는 감염이 반복된다면 그 자체가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예방접종 이력이 정리되어 있는가 — 연령대에 따라 권고되는 접종이 있습니다. 특정 병원체에 대한 대응을 미리 훈련시키는 방식이라, 이 영역에서 근거가 가장 분명한 개입입니다.
다른 원인이 있는가 — 앞선 글들에서 다뤘듯 피로감은 빈혈이나 갑상선 문제에서 올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실제로 있는가 — 결핍을 교정하는 것과 정상을 넘어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원료별로 인정된 문구는 식품안전나라에서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5].
이 항목들의 공통점은 정상 범위로 돌리거나 유지하는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넘어서는 방향이 아닙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경우
이 글에서 가장 실질적인 부분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으시다면, 이미 면역 반응이 자기 조직을 향해 과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면역 활성을 증폭한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그 맥락에서 질환이 진행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시라면, 그 약은 의도를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든 이식 후 관리 때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 작용을 상쇄한다는 취지의 제품은 구매가 아니라 처방한 의료진과의 상담 대상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 프로바이오틱스도 면역억제제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됩니다.
이 글은 보충제를 반대하는 글이 아닙니다. 비유를 반대하는 글입니다.
마치며
면역계는 볼륨 손잡이가 아니라 온도조절기에 가깝습니다. 양쪽 끝에 각각 다른 문제가 있고, 가운데를 지키려고 몸이 애쓰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국내 자료를 보면 이 블로그의 독자층에서 과한 쪽 문제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만 봐도 여성이 남성의 3배이고 70세 이상에서 3.5%입니다.
식약처 인정 항목이 면역 기능 개선과 과민피부상태 개선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이미 두 방향을 구분해 두었는데, 광고는 한 방향만 말합니다.
그러니 물어볼 질문이 바뀝니다. “어떻게 높이나”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균형을 흔들고 있나”입니다. 뒤쪽은 확인할 수 있는 답이 있는 질문입니다.
용어 풀이
- 자가면역질환 — 면역계가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해 생기는 질환입니다.
- 유병률 — 특정 시점에 그 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입니다.
- 면역억제제 — 면역 반응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약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장기이식 후에 씁니다.
- 과민피부상태 개선 — 면역 반응이 과한 쪽을 다루는, 식약처의 별도 인정 기능성입니다.
- 국민건강영양조사 — 질병관리청이 국민의 건강·영양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사입니다.
한눈에 정리
- 면역계는 부족한 쪽과 과한 쪽 양방향으로 문제가 생김
-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상을 잘못 골라 생기는 상태
- 국내 성인 류마티스관절염 유병률 1% — 남성 0.6%, 여성 1.7%
- 70세 이상에서 3.5%로 정점,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 대 남성 약 3 대 1
- 식약처 인정 항목은 면역 기능 개선과 과민피부상태 개선으로 나뉘어 있음
- 인정 문구는 ‘유지’와 ‘필요’ — ‘높인다’는 표현은 쓰이지 않음
- 확인할 것은 반복 감염, 예방접종 이력, 다른 원인, 실제 결핍 여부
- 자가면역질환이나 면역억제제 복용 시에는 특히 상담이 필요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으시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시거나 장기이식을 받으신 경우, 면역 관련 제품을 섭취하시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반복되거나 잘 낫지 않는 감염이 있으시면 의료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마십시오.
참고자료
- MSD 매뉴얼 일반인용, 「자가면역 질환」(자가면역질환의 예시 및 발생 기전), https://www.msdmanuals.com/ko/home/면역-질환/알레르기-반응과-기타-과민성-질환/자가면역-질환
- 「Rheumatoid Arthritis Prevalence and Risk Factors in Korean Adults: A Focus on Age and Sex Differences」, PMC (국민건강영양조사 46,828명 분석, 성별·연령별 유병률),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1843861/
- 「Incidence Trends of Rheumatoid Arthritis in Korea for 11 Years (2006–2017)」, PMC (전 세계 유병률 및 여성 대 남성 비율),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1587020/
-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현황」(면역 기능 개선 및 과민피부상태 개선 항목), https://www.khff.or.kr/assets/extra/hfood/01.pdf
- 식품안전나라 (기능성 원료 및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