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철(Heme Iron)과 비헴철(Non-Heme Iron)의 흡수 차이, 같은 철분인데 왜 다른가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말은 오래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함량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먹은 철분과 흡수되는 철분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철분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두 형태는 아예 다른 문으로 들어옵니다.

오늘은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밥상에서 무엇을 조정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두 가지 형태, 두 개의 문

철분은 식품에서 두 형태로 존재합니다.

헴철은 고기, 가금류, 생선의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에 들어 있는 철입니다. 철이 포르피린이라는 고리 구조 안에 박혀 있는 형태입니다.

비헴철은 콩류, 잎채소, 견과류, 강화식품 등에 들어 있는 철입니다. 고리 구조 없이 그냥 철입니다.

흡수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헴철은 고리에 박힌 채로 통째로 장세포에 들어갑니다. HCP1이라는 전용 운반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3]. 세포 안에 들어간 뒤에야 효소가 고리를 잘라 철을 꺼냅니다[2].

비헴철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3가 철(Fe³⁺)에서 2가 철(Fe²⁺)로 환원되어야 하고, 그다음 DMT1이라는 운반체로 들어갑니다[2]. 앞선 글에서 다룬 비타민C의 역할이 바로 이 환원 단계입니다.

문제는 DMT1이 철만 실어 나르는 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리나 아연 같은 다른 금속도 같은 문을 씁니다[6]. 그래서 밥상에 무엇이 함께 있느냐가 흡수를 크게 좌우합니다.

 

흡수율 차이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헴철

Heme Iron

비헴철

Non-Heme Iron

급원 고기·가금류·생선 콩류·잎채소·강화식품
흡수율 15~35% 2~20%
식사 구성의 영향 거의 받지 않음 크게 받음
저장량에 따른 조절 부분적 강하게 조절됨

[표 1] 형태별 흡수율과 특성 · 출처: NCBI Bookshelf 및 관련 문헌[1][2][4]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자료는 조금 더 좁은 값을 제시합니다. 식이 헴철의 약 25%가 흡수되는 반면, 비헴철은 17% 이하가 흡수된다는 것입니다[4].

식단 전체로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동물성 식품을 함께 드시는 경우 철 생체이용률은 14~18%, 식물성 위주라면 5~12%로 추정됩니다[4].

 

적게 먹는데 많이 흡수됩니다

여기가 제가 가장 놀란 부분입니다.

서구 인구집단에서 헴철은 전체 식이 철분 섭취의 10~15%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생체이용률이 높아서, 흡수된 철분의 약 40%가 헴철에서 옵니다[4].

다른 자료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혼합 식단에서 식이 철분의 약 90%가 비헴철인데, 흡수된 철분의 30~40%는 나머지 소수인 헴철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1].

섭취량의 10분의 1이 흡수량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셈입니다.

이 비대칭이 실용적으로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 “철분이 많은 음식”을 찾는 것과 “흡수되는 철분”을 늘리는 것이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함량표에서 철분 수치가 높아도, 그것이 비헴철이고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과 같이 있다면 실제로 들어오는 양은 적을 수 있습니다.

 

비헴철은 밥상에 좌우됩니다

헴철은 함께 먹는 것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1][5]. 반면 비헴철은 크게 달라집니다.

흡수를 돕는 것

  • 비타민C — 앞선 글에서 다룬 환원 작용입니다
  • 유기산, 그리고 위산으로 낮아진 위 내 pH[1]
  • 고기·생선 조직 자체

흡수를 방해하는 것

  • 곡물과 콩류의 피트산
  • 차·커피·적포도주의 탄닌
  • 칼슘

 

‘고기 인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의 어떤 성분이 같은 끼니에 먹은 비헴철의 흡수를 높입니다. 이를 ‘고기 인자(meat factor)’라고 부르는데,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5].

그래서 식물성 급원만 드실 때보다 동물성과 식물성 철분이 함께 있는 혼합 식사에서 철분 흡수가 더 좋아집니다[5].

한 문헌은 헴철과 비헴철을 함께 섭취했을 때 총 흡수량이 40% 증가했다는 연구를 인용합니다[3]. 헴철이 미량만 있어도 비헴철 흡수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3].

조금 더 자세히 — 기전이 궁금하신 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헴철의 운반체로 알려진 HCP1에 대해서는 한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이 단백질은 헴보다 엽산을 더 효율적으로 운반하며, 장에서 헴 흡수에 대한 생리적 역할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1]. 헴철이 별도 경로로 흡수된다는 것은 확립된 사실이지만, 그 경로의 주역이 무엇인지는 정리되는 중입니다.

 

채식 위주라면

식물성 위주로 드시는 경우, 필요량 자체가 달라집니다.

채식과 비건 식단은 생체이용률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권장섭취량의 약 1.8배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됩니다[2].

이 숫자가 알려주는 바가 분명합니다. 같은 권장섭취량을 채워도 실제로 들어오는 양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식물성 위주 식단에서는 조합이 더 중요해집니다. 비타민C 급원을 같은 끼니에 두고, 차와 커피는 시간을 띄우는 식입니다.

 

확인하실 점

  • 부족 여부는 식단 분석이 아니라 검사로 확인합니다 — 앞선 글에서 다룬 페리틴을 비롯한 지표가 실제 상태를 알려줍니다. 식품 함량표로는 흡수된 양을 알 수 없습니다[5].
  • 몸이 알아서 조절합니다 — 비헴철 흡수 비율은 저장량이 줄면 올라갑니다[4]. 부족할수록 더 많이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 차와 커피는 식사와 시간을 띄우세요 — 탄닌이 비헴철 흡수를 방해합니다.
  • 칼슘제와 철분제는 같이 드시지 마세요 — 흡수 경로에서 경합합니다.
  • 철분제는 임의로 시작하지 마세요 — 과잉은 문제가 될 수 있고, 빈혈의 원인도 여러 가지입니다. 검사 후 판단할 일입니다.

 

마치며

같은 ‘철분’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몸에 들어오는 방식이 다릅니다.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섭취량과 흡수량의 비대칭이었습니다. 헴철이 섭취의 10~15%인데 흡수의 40%를 담당한다는 것을 보고 나니, 함량표의 숫자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비헴철은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사정이 나아집니다. 비타민C든 고기 인자든, 같은 끼니에 무엇이 있느냐가 실제로 들어오는 양을 바꿉니다.

부족이 걱정되신다면 식단을 헤아려 보시기보다 검사를 받아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흡수된 양은 먹은 양으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정리

  • 헴철은 고리 구조에 박힌 채 통째로 흡수되고, 비헴철은 환원 후 DMT1을 통해 흡수됨
  • 흡수율은 헴철 15~35%, 비헴철 2~20%
  • 헴철은 식사 구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비헴철은 크게 받음
  • 헴철은 섭취의 10~15%에 불과한데 흡수된 철분의 약 40%를 차지
  • 식단별 생체이용률: 동물성 포함 14~18%, 식물성 위주 5~12%
  • 채식·비건은 권장섭취량의 약 1.8배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됨
  • ‘고기 인자’가 같은 끼니의 비헴철 흡수를 높이나 아직 규명되지 않음
  • 비헴철 흡수율은 저장량이 줄면 올라감 — 몸이 조절함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식단을 권하거나 식사를 대체하도록 안내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철분 상태는 식단 분석이 아니라 혈액검사로 확인해야 하며, 철분제는 과잉 섭취 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임의로 시작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1. 「Iron Absorption — an overview」, ScienceDirect Topics (흡수율 범위, HCP1의 한계, 촉진·저해 인자),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agricultural-and-biological-sciences/iron-absorption
  2. 「Heme vs Non-Heme Iron」, Nutrition Reference (경로별 기전 및 채식 1.8배 보정계수), https://nutritionreference.org/glossary/heme-vs-non-heme-iron/
  3. 「Improved Iron Uptake and Metabolism Through Combined Heme and Non-Heme Iron Supplementation: An In Vitro Study」, PMC (병용 시 총 흡수 40% 증가 인용),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838038/
  4. 「Dietary Iron」, StatPearls, NCBI Bookshelf (헴철 25%·비헴철 17% 이하 흡수, 식단별 생체이용률, 섭취·흡수 비대칭),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540969/
  5. 「Heme vs. Non-Heme Iron: Key Differences, Absorption」, Superpower (고기 인자 및 혼합식사 효과, 검사 필요성), https://superpower.com/guides/heme-vs-non-heme-iron
  6. 「Heme vs Non-Heme Iron: Why One Absorbs Better」, Organised (DMT1의 비특이성 및 비타민C 역할), https://www.organised.co/guides/science-research/heme-vs-non-heme-iron-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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