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적힌 큰 숫자를 보면 그게 지금 들어 있는 균의 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언제 기준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 어느 쪽을 봐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구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두 가지 숫자가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이라 시간이 지나면 줄어듭니다. 그래서 숫자를 말할 때 어느 시점 기준인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투입균수 — 제조할 때 넣은 균의 수입니다.
보장균수(생균 수) — 유통기한까지 살아 있음을 보장하는 균의 수입니다.
당연히 투입균수가 더 큽니다. 만드는 시점이니까요.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은 이렇게 안내합니다.
제품 제조 시의 ‘투입균수’보다, 유통기한까지 제품에 살아있는 균수인 ‘생균 수’를 확인하세요[1]
어느 쪽을 봐야 하는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앞면에 크게 적힌 숫자가 투입균수인 경우가 있으니, 뒷면에서 보장균수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기준은 있습니다
국내 기준도 확인해 두겠습니다.
기능성을 인정받은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으로서 1억 CFU/g 이상 함유해야 합니다[1].
‘생균으로서’라는 표현에 주목하실 만합니다. 죽은 균은 이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실제 제품들은 이 기준을 어떻게 충족하고 있을까요. 소비자원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15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입니다[2].
- 균수는 평균 200억 CFU 수준
- 전 제품이 관련 기준(생균으로 1억 CFU/g 이상)에 적합
- 대장균군, 이물 등 안전성에도 문제 없음[2]
기준 미달 제품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다만 일부 제품은 균수와 주의사항 표시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2].
균종별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여기가 제도적으로 비어 있는 부분입니다.
현행 기준은 19개 균종을 모두 합한 총 균수 기준만 있을 뿐, 개별 균종에 대한 표시·함량 기준이 없습니다[2].
무슨 뜻이냐면 이렇습니다. “19종 함유, 총 200억 CFU”라고 적힌 제품이 있다면, 그 200억이 19종에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는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소비자원 시험 결과가 여기에 이어집니다. 3~19종을 함유했다는 제품 대부분이 대표 균 1~2종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2].
총 균수는 기준을 충족하는데, 구성은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소비자원도 이를 지적하며 균종별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표시기준 마련을 식약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2].
숫자를 한글로도 쓰게 됐습니다
작은 개정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식약처 고시 개정 사유에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수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숫자 외에 한글로도 병행하여 기재하도록 한 것입니다[3].
‘10,000,000,000 CFU’ 옆에 ‘100억’을 함께 쓰게 한 셈입니다.
규제 당국이 이 숫자가 오독되기 쉽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0의 개수를 세는 일이 실제로 쉽지 않으니까요.
같은 개정에서 Lactobacillus 속의 학명이 재분류됨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 원재료의 학명도 변경되었습니다[3]. 앞선 균주 이름 글에서 다룬 표기 체계가 실제로 바뀐 사례입니다.
보관도 숫자에 영향을 줍니다
보장균수는 정해진 보관 조건을 지켰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소비자원은 이렇게 안내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보관 시간이 지날수록 생균 수가 감소하니, 구매 후 1일 섭취량을 지켜 최대한 빨리 섭취하라는 것입니다[1].
그러니 대용량을 사서 오래 두고 드시는 방식은 숫자와 실제 사이의 간격을 벌립니다.
라벨에 적힌 보관 조건도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인지, 상온에서 안정한 형태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확인 순서
- 숫자가 투입균수인지 보장균수인지 확인합니다. 소비자원이 명시적으로 보장균수를 보라고 안내합니다.
- 앞면이 아니라 뒷면 표시란을 봅니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 균종 수보다 대표 균종을 봅니다. 개별 균종 함량은 표시 의무가 없으니, 숫자가 크다고 고르게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보관 조건과 구매 후 소비 속도를 함께 고려합니다.
- 인정 문구를 확인합니다. 원료명으로 식품안전나라에서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4].
마치며
‘CFU 표시의 함정’이라고 하면 제품을 의심하라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정리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원 시험에서 15개 제품 전부가 기준에 적합했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균수 자체는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총 균수 기준만 있고 개별 균종 기준이 없다는 것. 그래서 숫자가 커도 구성은 알 수 없고, 소비자원도 이 부분의 표시기준 마련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규제 당국이 숫자를 한글로도 쓰게 한 것이 이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0이 열 개 넘게 붙은 숫자를 정확히 읽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고 본 것이니까요.
앞면의 큰 숫자보다 뒷면의 작은 글씨가 더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구조는, 이 시리즈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용어 풀이
- CFU — 살아 있는 균 하나가 자라 만든 집락의 수를 세는 단위입니다. 균의 마릿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 투입균수 — 제조할 때 넣은 균의 수입니다.
- 보장균수(생균 수) — 유통기한까지 살아 있음을 보장하는 균의 수입니다.
- 대장균군 — 위생 상태를 판단할 때 확인하는 세균 무리입니다.
- 고시 — 행정기관이 정해 공표하는 기준으로,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한눈에 정리
- 투입균수는 제조 시점, 보장균수는 유통기한까지 살아 있는 수
- 한국소비자원은 “투입균수보다 생균 수를 확인하라”고 명시적으로 안내
- 국내 기준은 생균으로서 1억 CFU/g 이상
- 소비자원 15개 제품 시험: 평균 200억 CFU, 전 제품 기준 적합, 안전성 문제 없음
- 다만 일부 제품은 균수·주의사항 표시가 미흡
- 개별 균종에 대한 표시·함량 기준이 없음 — 총 균수 기준만 존재
- 소비자원은 균종별 표시기준 마련을 식약처에 건의할 방침
- 식약처는 오독 방지를 위해 숫자와 한글 병행 기재를 도입
- 보관 시간이 지날수록 생균 수 감소 — 구매 후 빨리 섭취 권고
※ 본 글은 표시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제품을 평가하거나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기준과 표시 규정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구매 시점에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환이 있으시거나 의약품을 복용 중이시라면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고, 이상사례 발생 시 중단 후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한국소비자원, 「프로바이오틱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투입균수 대 생균 수 안내, 1억 CFU/g 기준, 보관 관련 권고), https://www.kca.go.kr/webzine/board/view?menuId=MENU00307&linkId=208&div=kca_2008
- 컨슈머포스트, 「[소비자경보] 프로바이오틱스, 투입균수·주의사항 표시 미흡」(한국소비자원 15개 제품 시험 결과, 균종별 표시기준 부재 및 건의 방침), https://www.consumer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047
-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 사유 — 프로바이오틱스 수의 한글 병행 기재 및 Lactobacillus 속 학명 재분류 반영, https://www.mfds.go.kr/brd/m_207/view.do?seq=14689
- 식품안전나라 (기능성 원료 및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