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 제품에 ‘500달톤’, ‘1,000달톤’ 같은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작을수록 좋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하나는 평균값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균 내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지 1 — 썸네일]
연결: 썸네일 — 포장의 숫자를 확인하는 자리
캐릭터: 등장
프롬프트: A Korean woman in her fifties, illustrated in a clean-line flat illustration style with soft cel shading, chin-length dark brown bob with gentle waves parted to one side, round dark tortoiseshell eyeglasses, warm closed-mouth smile with rosy cheeks, wearing a mustard-yellow fringed knit cardigan over a navy-and-white horizontal striped top, navy cropped trousers and brown low-heeled shoes, calm and attentive expression, seated at a dining table holding an unlabelled stick-pack sachet close and reading the fine print on its back, another sachet lying beside it, soft afternoon light from a window to her right, the illustrated character composited naturally into a photographic setting, character rendered with clean outlines and flat cel shading while the environment is richly detailed and photo-realistic, soft natural daylight, warm muted color palette, shallow depth of field, character lighting matched to the scene, no text, no logos
사양: illustrated character on photographic background, 2560x1707px 이하, JPG
대체텍스트(alt): 식탁에서 무표시 스틱 포장을 가까이 들고 뒷면을 읽는 여성
달톤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단위입니다.
달톤(Da)은 분자의 무게를 재는 단위입니다. 원자 하나하나에 무게가 있고, 그것들이 모여 만든 분자의 총 무게를 나타냅니다.
가공하지 않은 천연 콜라겐은 약 30만 달톤입니다[2].
이것을 물과 효소로 잘게 쪼개는 것이 가수분해이고, 그 결과물이 콜라겐 펩타이드입니다. 대개 1,000~8,000달톤 범위이고[2], 자료에 따라 1,000~5,000달톤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1].
30만에서 수천으로 줄어든 것이니 상당한 차이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 이 크기가 되어야 흡수 경로에 오를 수 있습니다.
표기된 숫자는 평균입니다
여기가 첫 번째 핵심입니다.
가수분해 결과물은 크기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짧은 조각도 있고 긴 조각도 있는 혼합물입니다.
그러니 ‘500달톤’이라고 적힌 제품이 모든 분자가 500달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크기가 섞인 것의 평균입니다.
문헌은 이를 분자량 분포라고 부르고, 측정할 때 평균값과 함께 분포 자체를 봅니다[4].
앞선 글에서 크랜베리 PAC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단일 물질이 아니라 크기가 다양한 분자들의 묶음이었죠.
평균이 같아도 분포가 다르면 내용물이 다릅니다. 작은 조각이 고르게 많은 것과, 아주 작은 것과 큰 것이 섞여 평균만 맞춘 것은 다릅니다.
평균 내는 방식이 여러 가지입니다
여기가 제가 몰랐던 부분입니다.
저는 평균이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고분자와 단백질 분야에서는 평균 내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고, 같은 시료에서 서로 다른 값이 나옵니다.
문헌에 나오는 것들입니다[4].
- 수평균 분자량 — 분자 개수를 기준으로 평균
- 중량평균 분자량 — 분자 무게를 기준으로 평균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큰 분자가 더 크게 반영됩니다. 그래서 같은 시료라도 중량평균이 수평균보다 큽니다.
측정 방법도 여럿입니다. 크기배제 크로마토그래피(GPC/HPSEC)가 널리 쓰이고[4], 질량분석법으로 산출하기도 합니다[1].
그리고 GPC는 기준 물질과 비교해 값을 내는 방식이라, 어떤 표준을 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선 크랜베리 글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기준물질을 바꾸니 같은 시료가 3.6배 다르게 측정됐던 그 문제요.
조금 더 자세히 — 측정이 궁금하신 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크기배제 크로마토그래피는 분자가 컬럼을 통과하는 시간 차이로 크기를 분리합니다. 큰 분자는 빨리 나오고 작은 분자는 늦게 나옵니다. 그 용출 시간을 알려진 표준물질과 대조해 분자량을 환산합니다[4]. 그래서 어떤 표준을 썼는지가 값에 영향을 줍니다. 한 연구에서는 풀루란 표준의 용출 시간으로 계산했다고 명시합니다[5]. 표기만으로는 이런 조건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교가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두 제품에 ‘500달톤’과 ‘1,000달톤’이 적혀 있다고 해봅시다. 이 둘을 비교하려면 아래가 같아야 합니다.
- 평균 방식이 같은가 — 수평균인지 중량평균인지
- 측정 방법이 같은가 — GPC인지 질량분석인지
- 표준물질이 같은가 — GPC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 분포가 비슷한가 — 평균이 같아도 구성이 다를 수 있음
대부분의 제품이 이 정보를 표시하지 않습니다. 숫자 하나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작은 쪽을 고르는 방식은 생각보다 근거가 약합니다.
작을수록 좋다는 말의 범위
‘작을수록 흡수가 잘 된다’는 설명은 흡수 단계에 관한 것입니다. 그 자체로는 타당한 방향입니다.
다만 앞선 글에서 정리했듯, 흡수와 효과는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콜라겐 조각이 혈액에 도달한다는 것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그 조각이 피부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배양 실험 단계에서 재현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배양액에 이미 같은 조각이 들어 있었던 것이죠.
그러니 분자량이 작다는 것은 ‘흡수 경로에 오르기 유리하다’는 뜻이지, ‘효과가 크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내 인정 문구에는 분자량 이야기가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 인정된 것은 피부 보습과 자외선에 의한 피부손상으로부터 피부건강 유지 두 가지이고, 일일섭취량은 1.5~3.5g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분자량은 인정 심사의 기준이 아닙니다. 제조사가 스펙으로 제시하는 값입니다.
확인 순서
- 기능정보란의 문구를 봅니다. 분자량이 아니라 인정된 기능성이 무엇인지가 먼저입니다.
- 일일섭취량 기준 함량을 봅니다.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로서 몇 g인지가 실제 정보입니다.
- 분자량 표기가 있다면 조건을 확인해 봅니다. 평균 방식과 측정법이 함께 적혀 있다면 성의 있는 표기입니다. 대부분은 없습니다.
- 시험성적서를 요청해 봅니다. 제조사에 문의하면 측정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답을 주는지 여부도 참고가 됩니다.
- 원료 유래를 확인합니다. 어류·돈피·우피 등이 있고, 알레르기가 있으시면 중요합니다.
- 원료명으로 조회합니다. 인정 문구와 일일섭취량은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업체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3].
마치며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평균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수평균과 중량평균이 따로 있고, 같은 시료에서 다른 값이 나옵니다. 측정 방법도 여럿이고, 크로마토그래피는 표준물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제품에는 숫자 하나만 적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낸 평균인지 알 수 없는 숫자를 두 제품 사이에서 비교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크랜베리 PAC 편에서 기준물질 하나로 3.6배가 갈렸던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숫자가 적혀 있다는 것과 그 숫자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분자량은 애초에 인정 심사의 기준이 아니라 제조사 스펙입니다. 뒷면 기능정보란을 먼저 보시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용어 풀이
- 달톤(Da) — 분자의 무게를 재는 단위입니다.
- 가수분해 — 물과 효소로 큰 분자를 잘게 쪼개는 과정입니다.
- 분자량 분포 — 여러 크기의 분자가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 수평균 분자량 — 분자 개수를 기준으로 낸 평균입니다.
- 중량평균 분자량 — 분자 무게를 기준으로 낸 평균. 같은 시료라도 수평균보다 큽니다.
- 크기배제 크로마토그래피 — 분자가 통과하는 시간 차이로 크기를 분리해 재는 방법입니다.
한눈에 정리
- 천연 콜라겐은 약 30만 달톤, 가수분해 후 대개 1,000~8,000달톤
- 표기된 숫자는 모든 분자의 크기가 아니라 혼합물의 평균값
- 평균 내는 방식이 여러 가지 — 수평균과 중량평균은 같은 시료에서 다른 값
- 측정법도 여럿 — 크기배제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 등
- 크로마토그래피는 표준물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
- 비교하려면 평균 방식·측정법·표준물질·분포가 같아야 하는데, 대부분 표시되지 않음
- ‘작을수록 좋다’는 흡수 단계에 관한 말이지 효과에 관한 말이 아님
- 분자량은 국내 인정 심사의 기준이 아니라 제조사 스펙
※ 본 글은 표시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제품을 평가하거나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국내 인정 문구와 일일섭취량은 원료와 업체에 따라 다르므로 구매 시점에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시거나 약을 복용 중이시라면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MtoZ Biolabs, 「Average Molecular Weight of Collagen Peptides」(콜라겐 펩타이드의 평균 분자량 범위 및 측정 기법), https://www.mtoz-biolabs.com/average-molecular-weight-of-collagen-peptides.html
- Care, 「Collagen molecular weight and size in Dalton explained」(천연 콜라겐 약 30만 Da 및 가수분해물 범위), https://natu.care/uk/collagen/collagen-molecular-weight
- 식품안전나라 (기능성 원료 및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
- 「Molecular weight determination of hydrolyzed collagens」, Food Hydrocolloids (수평균·중량평균 분자량, HPSEC/GPC 측정법),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268005X07001397
- 「Absorption and Urinary Excretion of Peptides after Collagen Tripeptide Ingestion in Humans」 관련 자료 — 분자량 분포 측정 시 표준물질 사용 명시,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Molecular-Weight-Distribution-of-the-Collagen-Samples-Molecular-weight-MW-shown-at-the_fig1_2964720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