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검사, MMSE와 MoCA가 각각 무엇을 재는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 병원에 가면 종이 한 장을 받습니다. 오늘 날짜를 묻고, 단어 몇 개를 외우게 하고, 시계를 그려 보라고 합니다.

30점 만점에 몇 점. 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검사들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30점 만점이라도 재는 대상이 다르고, 그래서 같은 사람이 하나에서는 정상으로 다른 하나에서는 이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은 검사 도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단이 아니라 선별입니다

먼저 성격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이 검사들은 선별검사입니다. 정밀한 신경심리검사를 받아볼지 판단하기 위한 1차 관문이지, 그 자체로 진단을 내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10~15분 정도면 끝나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습니다[2]. 짧고 간편해야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정확도에서는 양보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래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확진이 아니고, 정상이라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두 도구는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두 가지가 MMSE와 MoCA입니다.

MMSE는 1975년에 나온 도구로, 오래 쓰인 만큼 자료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한국판(MMSE-K)은 30점 만점에 절단점 23점을 기준으로 할 때 치매 환자군을 가려내는 민감도 92.0%, 특이도 91.5%를 보였습니다[2].

MoCA는 2005년에 나왔고, 한국판(MoCA-K)은 2008년에 국내 문화에 맞게 수정되었습니다[2]. 만들어진 목적이 다릅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걸러내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차이는 검사 항목에서 나옵니다. MoCA-K는 시공간·실행력, 어휘력, 주의력, 문장력, 추상력, 지연회상력, 지남력을 평가합니다[2]. 여기에 MMSE에 없던 전두엽·집행기능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2].

시계를 그리게 하거나, 선을 순서대로 잇게 하거나, 두 단어의 공통점을 묻는 항목이 그것입니다. 이런 구성 덕분에 MoCA는 기억력뿐 아니라 주의력, 언어, 시공간 능력, 집행기능까지 주요 인지 영역을 함께 다루면서도 짧게 끝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4].

같은 절단점에서 11%와 70%

여기가 제가 가장 놀란 부분입니다.

국내 연구에서 정상 대조군 25명, 경도인지장애군 27명, 알츠하이머형 치매군 26명을 대상으로 두 검사를 함께 시행했습니다. 절단점을 똑같이 23/24로 두었을 때 경도인지장애를 잡아내는 민감도는 이렇게 갈렸습니다[1].

  • MoCA-K: 민감도 70%, 특이도 92%
  • MMSE-K: 민감도 11%, 특이도 96%

민감도 11%가 무슨 뜻인지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 100명이 이 검사를 받았을 때, 그중 11명만 걸러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89명은 정상 범위로 나옵니다.

같은 검사인데 치매를 볼 때는 민감도 92%, 경도인지장애를 볼 때는 11%입니다. 도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질문에 답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검사 결과를 볼 때 무엇을 확인하려던 검사인지가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정보입니다.

천장효과

MMSE가 경도인지장애에 약한 이유가 있습니다. 천장효과 때문입니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도 점수가 만점 근처에 몰리는 현상을 말합니다[2]. 문항이 비교적 쉬워서, 초기 변화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높이가 정해진 천장에 머리가 닿아 더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점수도 위쪽이 막혀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비교 연구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총점 분포를 보면 MoCA에서 천장효과가 MMSE보다 덜 나타났습니다[3]. 개인 간 차이를 보여주는 정도도 MoCA(26.9%)가 MMSE(19.0%)보다 컸습니다[3].

같은 연구에서 두 검사의 상관계수는 0.8374로 높았지만, 경도인지장애 판정에서의 일치도는 중간 수준(카파 0.5973)에 그쳤습니다[3].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이와 학력이 점수를 움직입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이 점수들은 인지기능만 반영하지 않습니다.

국내 규준 연구에서 60세 이상 195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점수가 낮아졌고,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점수가 낮아졌습니다(둘 다 p<.001)[2].

다른 연구에서도 MoCA-K 총점은 연령과 역상관(γ=-0.550), 교육수준과 순상관(γ=0.489)을 보였습니다[1].

그래서 보정이 들어갑니다. 교육연한이 6년 이하인 경우 1점을 더해 주는 방식입니다[2]. 다만 이 보정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교육수준에 따라 절단점을 보완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2].

같은 점수라도 배경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결과지의 숫자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적은 이유입니다.

빈 교실에 홀로 놓인 낡은 나무 책상

 

연구에서 이 도구를 쓸 때

건강기능식품이나 다른 개입의 인지 효과를 다룬 연구에서도 이 도구들이 자주 쓰입니다. 그래서 논문을 읽으실 때 확인하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 어느 도구를 썼는가 — MMSE로 경도인지장애를 평가했다면 민감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절단점을 몇으로 잡았는가 — 같은 도구라도 절단점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가 달라집니다.
  • 연령과 교육수준을 보정했는가 — 두 집단의 배경이 다르면 점수 차이가 인지 차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 몇 점이 올랐는가 — 30점 만점에서 1~2점 변화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 같은 검사를 반복했는가 — 같은 문항을 여러 번 풀면 익숙해져서 점수가 오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항목은 이전 글에서도 짚었던 부분입니다. 짧은 기간에 반복 측정한 연구라면 그 영향을 감안해 읽으셔야 합니다.

검사받으실 때

  • 안경과 보청기를 챙기세요 — 잘 안 보이거나 안 들리면 인지기능과 무관하게 점수가 떨어집니다.
  • 컨디션이 나쁜 날은 피하세요 — 수면 부족, 통증, 급성 질환은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 복용 중인 약을 말씀하세요 — 일부 약은 집중력이나 각성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 이전 결과지를 가져가세요 — 한 번의 점수보다 변화의 방향이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 다른 원인을 함께 확인하세요 — 갑상선 기능, 비타민B12 부족, 우울 등도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인지기능 검사를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점수 하나를 성적표처럼 읽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도구가 치매를 볼 때는 민감도 92%인데 경도인지장애를 볼 때는 11%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숫자보다 무엇을 확인하려던 검사인지가 먼저라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여기에 나이와 학력이 점수를 움직인다는 것까지 더하면, 남과 비교하거나 혼자 해석하기는 더욱 어려운 영역입니다.

기억력 변화가 걱정되신다면 점수를 짐작해 보시기보다, 언제부터 어떤 상황에서 그런지 적어 두었다가 진료 때 보여 주시는 편이 훨씬 유용합니다.

한눈에 정리

  • 이 검사들은 진단이 아니라 선별검사 — 정밀검사를 받아볼지 판단하는 1차 관문
  • MMSE는 치매 선별에 강함 — 절단점 23점에서 민감도 92.0%, 특이도 91.5%
  • MoCA는 경도인지장애 선별을 목적으로 개발, 전두엽·집행기능 항목 포함
  • 같은 절단점(23/24)에서 경도인지장애 민감도는 MoCA-K 70% vs MMSE-K 11%
  • MMSE는 천장효과 때문에 초기 변화가 점수에 잘 반영되지 않음
  • 두 검사의 상관은 높지만(0.8374) 경도인지장애 판정 일치도는 중간 수준(카파 0.5973)
  • 점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낮아짐 — 교육 6년 이하는 1점 가산
  • 같은 점수라도 배경이 다르면 해석이 다름

※ 본 글은 검사 도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선별검사 결과는 진단이 아니며, 해석은 연령·교육수준·검사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점수를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거나 약,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조정하지 마시고, 기억력 변화가 걱정되신다면 의료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1. 「경도인지장애에서 몬트리올 인지평가 척도의 유용성」(MoCA-K와 MMSE-K 민감도·특이도 비교), 한국학술지인용색인,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455368
  2. 「경도인지장애 선별검사로서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Korea (MoCA-K)의 규준 연구」, 대한통합의학회지 2021;9(3):37-45,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2124458141075.page
  3. 「A comparison of the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 with the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MoCA) for mild cognitive impairment screening in Chinese middle-aged and older population」, BMC Psychiatry 2021,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489046/
  4. 「The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MoCA) — A Sensitive Screening Instrument for Detecting Cognitive Impairment in Chronic Hemodialysis Patients」,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20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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