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면역 이야기는 환절기마다 어김없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면역에 좋다”는 말만 반복될 뿐, 왜 뼈 영양소로 알려진 성분이 면역과 엮이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막연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비타민D가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어딘가에 작용하려니 했거든요. 그런데 자료를 보니 실제 구조는 그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오늘은 수용체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면역세포에 수용체가 있습니다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비타민D 수용체(VDR)가 면역세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VDR은 단핵구와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그리고 T세포와 B세포에서 확인됩니다[1][3]. 국내 학술지에 실린 정리에서도 활성형 비타민D가 대식세포 및 단핵구의 수용체에 작용하고, T임파구와 B임파구에도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2].
수용체가 있다는 건 그 세포가 이 신호를 받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비타민D가 면역과 무관하다면 굳이 면역세포가 수용체를 갖출 이유가 없습니다.
면역세포는 활성형을 직접 만듭니다
여기가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대목입니다.
비타민D는 그 자체로 활성형이 아닙니다. 간에서 25(OH)D로, 다시 신장에서 활성형인 1,25(OH)₂D로 바뀝니다.
그리고
면역세포는 CYP27B1이라는 효소를 스스로 발현합니다[1][3]. 이 효소가 하는 일이 25(OH)D를 활성형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즉 면역세포는 신장이 보내주는 활성형을 기다리는 대신,
혈중에 떠다니는 25(OH)D를 가져다 현장에서 직접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스위치는 감염 신호에 반응해 켜집니다. 사람 대식세포를 톨유사수용체 2(TLR2)의 리간드에 노출시키자 VDR과 CYP27B1의 발현이 함께 증가했고, 혈청에 있던 25(OH)D로부터 활성형이 만들어졌습니다[3].
이 구조를 알고 나니 왜
혈중 25(OH)D 농도가 자주 언급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건 완성품이 아니라
재료의 재고량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쓸 재료가 부족하면 스위치가 켜져도 만들 것이 없습니다.
무엇을 켜는가 — 항균 펩타이드
활성형 비타민D가 수용체에 결합하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켜집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카텔리시딘(LL-37)과
β-디펜신입니다. 두 유전자의 전사 시작 부위 인근에 비타민D 반응 요소(VDRE)가 자리하고 있어, 활성형 비타민D가 직접 전사를 유도합니다[3]. 국내 자료에서도 지다당이나 결핵균에 노출되면 카텔리시딘 합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2].
카텔리시딘은 세균의 막에 구멍을 내거나 내독소에 결합하는 항균 펩타이드입니다. 선천면역이 병원체를 만났을 때 즉시 동원하는 무기 중 하나입니다.
정리하면 이런 흐름입니다.
| 감염 신호(TLR) → VDR·CYP27B1 발현 증가
→ 25(OH)D를 활성형으로 전환 → 카텔리시딘·디펜신 생산 |
‘강화’가 아니라 ‘조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비타민D가 면역을 일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활성형 비타민D는
T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도 작용하며, 특히 IL-2와 인터페론-γ를 만드는 Th1 계열에 대해 그렇습니다[4].
즉 선천면역의 항균 반응은 북돋우면서, 획득면역의 과도한 증식은 눌러 주는
양방향 조절에 가깝습니다.
이전에 다룬 “면역력은 높일수록 좋다”는 통념이 왜 부정확한지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실제 생리는 세게 켜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반응하도록 맞추는 쪽입니다.
| 세포 |
확인된 내용 |
| 단핵구·대식세포 |
VDR과 CYP27B1 발현, 카텔리시딘 생산, 탐식·주화성 관련 |
| 수지상세포 |
VDR·CYP27B1 발현, 항원제시 관련 조절 |
| T세포 |
증식 억제, 특히 Th1 계열 사이토카인 관련 |
| B세포 |
수용체 존재 확인 |
[표 1] VDR·CYP27B1을 발현하는 주요 면역세포와 관련 작용 · 출처: 관련 문헌 종합[1][2][3][4]
기전이 분명한 것과 효과가 입증된 것은 다릅니다
여기서 한 발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체가 있고, 효소가 있고, 유전자가 켜지는 것까지 확인됐다고 해서 “보충하면 감염이 줄어든다”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세포 수준의 기전과 사람에서의 임상 결과는 별개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전상 핵심은
재료가 부족한 상태를 메우는 것입니다. 이미 충분한 사람이 더 넣는다고 스위치가 더 세게 켜진다는 근거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구분이 흐려질 때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오해가 생깁니다.
국내 인정 범위와 확인 방법
비타민D는 영양소로서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된 고시형 원료입니다[5].
다만
국내에서 인정된 기능성 문구가 무엇인지는 제품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전상 면역과 관련이 있다는 것과, 국내에서 그 기능성으로 인정을 받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앞서 이소플라본에서도 봤듯, 대중적 인식과 인정 범위가 어긋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식품안전나라에서 원료명을 조회하면 인정된 기능성 문구를 원문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5]. 제품 뒷면의 기능정보란과 대조해 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먼저 확인할 점
아래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 혈중 농도를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5(OH)D는 검사로 확인 가능한 지표입니다. 짐작보다 측정이 낫습니다.
- 지용성이라 축적됩니다 —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과잉 섭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상한섭취량을 넘기지 않도록, 다른 제품에 들어 있는 양까지 합산해 보세요.
- 칼슘제와 함께 드시는 경우 — 두 성분 모두 들어간 복합제가 많아 중복되기 쉽습니다.
- 신장 질환 이력이 있는 경우 — 활성화 과정에 신장이 관여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 —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성분인 만큼, 자가 판단으로 시작하지 마시고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마지막 항목은 이번에 정리하면서 특히 조심스러워진 부분입니다. 면역에 관여한다는 말은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치며
비타민D와 면역의 연결은 “좋다더라”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용체와 효소와 유전자라는 구체적인 층위에서 설명되는 편입니다. 그 점에서 근거가 두터운 축에 속합니다.
다만 그 구조가 말해 주는 것은
재료가 있어야 반응이 성립한다는 것이지, 많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활성형이 혈액을 타고 온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면역세포가 현장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혈중 25(OH)D를 재고량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 이번에 가장 크게 바뀐 부분입니다.
글을 작성해 놓고 보니 공부는 많이 했는데 너무 어렵게 적어 놓은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쉽게 비타민D와 호흡기 감염에 관한 대규모 연구들이 왜 결론을 바꿔 왔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정리
- VDR은 단핵구·대식세포·수지상세포·T세포·B세포에서 확인됨
- 면역세포는 CYP27B1을 스스로 발현해 25(OH)D를 현장에서 활성형으로 전환
- 감염 신호(TLR2 등)가 VDR·CYP27B1 발현을 함께 끌어올림
- 활성형은 카텔리시딘·β-디펜신 유전자의 전사를 직접 유도
- 동시에 T세포 증식은 억제 — ‘강화’가 아니라 양방향 조절
- 혈중 25(OH)D는 완성품이 아니라 재료의 재고량에 가까움
- 기전이 밝혀진 것과 임상 효과가 입증된 것은 별개이며, 국내 인정 문구는 별도 확인 필요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으로 과잉 섭취 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상한섭취량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신장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병력이 있으신 분, 약을 복용 중이신 분은 섭취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Vitamin D receptor, vitamin D binding protein and CYP27B1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 and susceptibility to viral infections in infants」, Scientific Reports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257681/
-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을 위한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의 효과와 안전성」, 대한의사협회지, https://www.jkma.org/journal/view.php?number=3222&viewtype=pubreader
- 「Vitamin D, infections and immunity」, Reviews in Endocrine and Metabolic Disorders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318777/
- 「Immunomodulatory actions of vitamin D in various immune-related disorders: a comprehensive review」, Frontiers in Immunology,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immunology/articles/10.3389/fimmu.2023.950465/full
- 식품안전나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안내」 및 원료별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portal/board/boardDetail.do?menu_no=3811&bbs_no=bbs464&ntctxt_no=10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