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랜베리 제품을 고를 때 PAC 함량을 확인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그렇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를 들여다보다 한 가지를 알게 됐습니다. 같은 샘플을 같은 방법으로 재도,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값이 3.6배까지 달라집니다.
오늘은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라벨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PAC는 한 가지 물질이 아닙니다
먼저 이 지점부터 짚어야 합니다.
프로안토시아니딘은 단일 화합물이 아니라 크기와 결합 방식이 제각각인 분자들의 묶음입니다. 문헌은 이를 “복잡한 다분산 이종 올리고머”라고 표현합니다[3].
무슨 뜻이냐면,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고, 결합 방식도 A형과 B형이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 요로 부착 억제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A형 결합입니다.
그래서 “PAC 100mg”이라는 표기는 여러 종류의 분자를 합쳐 하나의 숫자로 만든 값입니다. 무게를 잰 것이 아니라 색 반응으로 추정한 값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기준물질이 값을 바꿉니다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측정법은 DMAC 비색법입니다. 시약을 넣어 색이 변한 정도로 PAC 양을 추정합니다[4].
그런데 색의 진하기를 양으로 환산하려면 기준이 되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오랫동안 쓰인 기준물질은 프로시아니딘 A2라는 단순한 이합체입니다. 구하기 쉽고 안정적이지만, 실제 크랜베리 PAC의 구조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2].
그래서 크랜베리에서 직접 분리한 c-PAC 표준물질과 비교하는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결과가 이랬습니다.
c-PAC 표준으로 측정한 값이 A2 표준으로 측정한 값보다 3.6배 높게 나왔습니다[2].
같은 샘플, 같은 방법, 다른 기준물질. 값이 3.6배 차이 났습니다.
다른 연구는 더 큰 폭을 보고합니다. PAC 표준곡선의 기울기가 프로시아니딘 A2·B2보다 2.5배 낮고, 카테킨보다는 7.1배 낮았습니다. 이런 기준물질을 쓰면 크랜베리의 PAC 함량이 2.5배 또는 7배 과소평가된다는 뜻입니다[3].
실험실마다도 다릅니다
기준물질 문제와 별개로, 같은 방법을 쓰는 실험실 사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구한 시판 크랜베리 샘플 11종을 5개 분석 실험실에 보내 같은 DMAC 방법으로 측정하게 한 연구가 있습니다[1].
- 실험실 내부 변동:1 ± 1.7% RSD (범위 2.3~6.1%)
- 실험실 간 변동: 9 ± 8.5% RSD (범위 8~32%)
한 실험실 안에서는 결과가 잘 재현됩니다. 그런데 실험실을 옮기면 최대 32%까지 벌어집니다.
앞선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글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내부 재현성은 좋고, 기관 간 일치도가 떨어지는 형태입니다.
DMAC가 알려주지 않는 것
여기가 실용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DMAC 측정법은 총 PAC 양은 알려주지만, 분자량 분포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A형과 B형 결합을 구분하지도 못합니다[5].
앞선 글에서 A형 결합이 크랜베리를 다른 PAC 급원과 구분 짓는 요소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라벨의 PAC 숫자는 그 A형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지적되어 왔습니다.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크랜베리 제품이 A형 PAC를 함유하지 않거나, 함량이 낮거나, 이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2].
측정 자체를 흔드는 요인도 있습니다. 크랜베리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측정을 방해해 PAC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지적됩니다[6].
한쪽에서는 기준물질 때문에 과소평가되고, 다른 쪽에서는 안토시아닌 때문에 과대평가될 수 있는 셈입니다.
표준화는 진행 중입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c-PAC 표준물질을 쓴 DMAC 측정법은 AOAC 국제기구의 First Action Official Method 2019.06으로 검증되었습니다[1]. 96웰 플레이트 분광광도계와 c-PAC 표준을 함께 쓰면 정확도와 정밀도가 개선된다는 것이 검증 결과입니다[1].
다만 현재 상태를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PAC의 분자량 범위와 결합 유형이 워낙 다양해, 아직 보편적으로 인정된 단일 정량법은 없습니다[5].
그래서 라벨을 어떻게 읽나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PAC 표기가 있는지 먼저 봅니다. 없다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앞선 글에서 인용했듯 코크란도 제안 용량이 포장에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측정법과 기준물질이 적혀 있는지 봅니다. DMAC인지, 기준물질이 A2인지 c-PAC인지가 적혀 있다면 상당히 성의 있는 표기입니다. 대부분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 다른 제품과 단순 비교하지 않습니다. 두 제품의 숫자가 다른 방식으로 측정된 것이라면, 큰 쪽이 실제로 많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시험성적서를 요청해 봅니다. 제조사에 문의하면 분석 방법과 기준물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답을 주는지 여부 자체도 참고가 됩니다.
- 국내 인정 여부를 확인합니다. 기능성 원료로 인정된 것인지, 인정 문구가 무엇인지는 식품안전나라에서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7].
마치며
앞선 글에서 저는 “PAC 함량을 확인하시라”고 적었습니다. 그 조언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한 겹을 더 알고 나니 다르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AC 숫자는 측정된 사실이 아니라 측정의 결과입니다. 어떤 기준물질을 썼는지에 따라 3.6배까지 달라지고, 실험실을 옮기면 또 달라지고, A형인지 B형인지는 애초에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두 제품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큰 쪽을 고르는 방식은 생각보다 근거가 약합니다. 숫자가 적혀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숫자의 정확한 크기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한눈에 정리
- PAC는 단일 화합물이 아니라 크기와 결합 방식이 다양한 분자들의 묶음
- 널리 쓰이는 측정법은 DMAC 비색법이며, 색 반응으로 양을 추정
- 기준물질을 A2에서 c-PAC로 바꾸면 같은 샘플이 3.6배 높게 측정
- 다른 분석에서는 기준물질에 따라 5배 또는 7배 과소평가 가능성 보고
- 실험실 내부 변동은 4.1% RSD인데 실험실 간 변동은 16.9%(범위 8~32%)
- DMAC는 분자량 분포를 알려주지 않고 A형·B형을 구분하지 못함
- 안토시아닌 간섭으로 과대평가 가능성도 지적됨
- c-PAC 표준을 쓴 방법이 AOAC 2019.06으로 검증됐으나, 보편적 단일 정량법은 아직 없음
※ 본 글은 제품 표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제품을 평가하거나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배뇨통이나 혈뇨, 발열 등의 증상이 있으시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시거나 신장 결석 병력이 있으신 분은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Inter-Laboratory Validation of DMAC Assay Using Cranberry Proanthocyanidin Standard, First Action Official Method 2019.06」, Journal of AOAC International, https://academic.oup.com/jaoac/article/104/1/216/5862009
- 「Critical reevaluation of the 4-(dimethylamino)cinnamaldehyde assay: Cranberry proanthocyanidin standard is superior to procyanidin A2 dimer」, ScienceDirect,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1756464616000207
- 「Evaluation of the Degree of Polymerization of the Proanthocyanidins in Cranberry by Molecular Sieving」, PMC (기준물질별 과소평가 배수 및 PAC의 구조적 복잡성),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515400/
- Prior RL 외, 「Multi-laboratory validation of a standard method for quantifying proanthocyanidins in cranberry powders」, Journal of the Science of Food and Agriculture, https://sci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jsfa.3966
- 위 3번 자료 내 정량법 한계 서술 (분자량 분포·A형/B형 구분 불가, 보편적 표준법 부재),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515400/
- 「Cranberry and UTI Health: A New Look at Measuring Cranberry PACs」, Nutritional Outlook (안토시아닌 간섭 및 BL-DMAC 과소평가 지적), https://www.nutritionaloutlook.com/view/cranberry-and-uti-health-new-look-measuring-cranberry-pacs
- 식품안전나라 (기능성 원료 및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