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 경구 섭취를 두고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먹으면 소화되어 아미노산으로 쪼개지는데, 피부의 콜라겐으로 그대로 가는 것도 아닌데 왜 먹느냐는 것입니다.
타당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답은 “조각째로 흡수되는 것이 실제로 확인됐다”입니다.
다만 그다음 단계에서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흡수된 조각이 실제로 무언가를 하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 두 단계를 나눠서 보겠습니다.
단백질은 원래 잘게 쪼개져 흡수됩니다
먼저 기본을 짚고 가겠습니다.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위와 장에서 효소에 의해 잘게 잘립니다. 그리고 대부분 아미노산 단위까지 분해된 뒤 흡수됩니다.
콜라겐도 단백질이니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먹은 콜라겐이 피부 콜라겐이 된다”는 설명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흡수된 아미노산은 몸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출신지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흔히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콜라겐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두세 조각짜리는 그대로 흡수됩니다
아미노산 하나까지 쪼개지지 않고, 두 개나 세 개가 붙은 채로 흡수되는 경로가 따로 있습니다.
장 세포막에는 PEPT1이라는 운반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펩타이드, 즉 아미노산이 몇 개 붙은 조각을 통째로 실어 나르는 문입니다.
콜라겐 조각이 이 문을 쓴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조각인 Pro-Hyp(프롤린과 하이드록시프롤린이 붙은 것)의 세포막 통과가 PEPT1의 경쟁 기질을 넣자 억제됐고, pH에 따라서도 달라졌습니다[1].
경쟁 기질을 넣었을 때 막힌다는 것은, 그 문을 실제로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혈액에서 실제로 검출된 조각들
이론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콜라겐 가수분해물을 먹은 뒤 혈액에서 열 가지가 넘는 조각이 검출되어 왔습니다[2].
Pro-Hyp, Hyp-Gly, Ala-Hyp, Ile-Hyp, Leu-Hyp 등이 보고되었습니다. 세 개짜리로는 Pro-Hyp-Gly, Gly-Pro-Hyp, Ala-Hyp-Gly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중 Pro-Hyp와 Hyp-Gly가 주된 형태입니다[2].
시간 경과도 측정됐습니다. 한 연구에서 고리 형태의 Pro-Hyp는 섭취 후 2시간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감소했습니다[3].
조금 더 자세히 — 왜 이 조각들이 살아남는지 궁금하신 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하이드록시프롤린은 콜라겐에 특징적으로 들어 있는 변형 아미노산이고, 이 잔기가 붙은 결합은 일반적인 소화효소가 잘 자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단백질 조각보다 오래 남아 흡수 경로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부분입니다. 먹은 콜라겐의 일부는 조각 형태로 혈액에 도달합니다.
그다음이 가설입니다
흡수된 조각이 무엇을 하는가가 다음 질문입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신호 전달 가설입니다. 재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에게 “콜라겐을 만들라”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설명입니다.
근거로 제시된 실험이 있습니다. 배양한 사람 피부 섬유아세포에 Pro-Hyp를 넣었더니 이런 변화가 관찰됐습니다[1].
- 세포 증식이 5배
- 히알루론산 합성이 8배
- 관련 유전자(HAS2) 발현이 3배
그리고 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자 위 반응이 사라졌습니다[1]. 신호 경로가 특정된 셈입니다.
이 정도면 꽤 구체적인 그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 실험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가 제가 생각을 고친 부분입니다.
저는 흡수 여부가 쟁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흡수는 오히려 정리된 편이고, 정작 흔들린 것은 그다음 단계였습니다.
2020년에 발표된 연구가 앞선 실험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소태아혈청(FBS) 로트를 바꾸자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2].
- 섬유아세포가 Pro-Hyp를 넣지 않아도 증식했습니다
- 그리고 Pro-Hyp를 넣어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배양액에 쓰이는 혈청 자체에 Pro-Hyp를 비롯한 조각들이 이미 높은 농도로 들어 있었습니다. 약 100μM 수준이었고, 시판되는 다른 혈청에서도 70~80μM이 검출됐습니다[2].
연구진은 이것이 이전 연구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적었습니다[2].
무슨 뜻인지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Pro-Hyp를 넣었더니 세포가 반응했다”는 실험이었는데, 배양액에 이미 Pro-Hyp가 들어 있었다면 무엇을 본 것인지 다시 따져야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Pro-Hyp는 보충제를 먹어야만 생기는 물질이 아닙니다. 염증이 있는 조직이나 상처가 아무는 피부에서 자기 콜라겐이 분해될 때도 만들어집니다[2].

지금 어디까지 왔나
정리하면 이렇게 나뉩니다.
비교적 정리된 것
- 콜라겐 조각이 아미노산까지 쪼개지지 않고 두세 개 단위로 흡수되는 경로가 있다
- 그 경로에 PEPT1이 관여한다
- 사람 혈액에서 여러 조각이 실제로 검출된다
아직 가설인 것
- 그 조각이 피부 세포에 신호로 작용하는가
- 작용한다면 얼마나 하는가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흡수된다”는 말과 “효과가 있다”는 말은 다른 층위의 주장이고, 앞의 것이 확인됐다고 뒤의 것이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광고에서 “혈액에서 검출됐다”는 문구를 보시거든, 그것이 어느 단계에 대한 이야기인지 한 번 구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확인하실 점
- 국내 인정 기능성을 확인하세요 — 콜라겐 관련 원료의 인정 문구는 식품안전나라에서 원료명으로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4]. 광고 문구와 인정 문구가 같은지 대조해 보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 원료와 부위를 확인하세요 — 어류·돈피·우피 등 유래가 다양합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시면 특히 확인이 필요합니다.
- 분자량 표기만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 작을수록 좋다는 식의 설명은 흡수 단계에 관한 것이지, 효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 다른 제품과 겹치는지 보세요 — 복합제에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분해되는데 왜 먹나”라는 질문에는 답이 있습니다. 전부 아미노산까지 쪼개지지는 않고, 두세 개짜리 조각으로 흡수되는 경로가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답이 나오면 이야기가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흡수는 정리된 편인데, 그 조각이 실제로 무언가를 하는지는 배양 실험 단계에서 다시 흔들렸습니다.
기전이 구체적일수록 확정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안에서도 확인된 층위와 아직 가설인 층위가 나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콜라겐 제품의 라벨에서 원료와 분자량 표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정리
- 단백질은 대개 아미노산까지 분해되지만, 두세 개 단위 조각으로 흡수되는 경로가 따로 있음
- 그 경로에 펩타이드 운반 단백질 PEPT1이 관여하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됨
- 사람 혈액에서 열 가지가 넘는 콜라겐 유래 조각이 검출되었고, 주된 형태는 Pro-Hyp와 Hyp-Gly
- 신호 전달 가설: 배양 세포에서 증식 1.5배, 히알루론산 합성 3.8배, 관련 유전자 발현 2.3배 관찰
- 그러나 2020년 연구에서 재현되지 않음 — 배양액에 쓰이는 혈청에 이미 Pro-Hyp가 70~100μM 들어 있었음
- 연구진은 이것이 이전 연구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
- Pro-Hyp는 보충제 없이도 염증 조직이나 상처 부위에서 생성됨
- “흡수된다”와 “효과가 있다”는 다른 층위의 주장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인정된 기능성 문구는 제품과 원료에 따라 다르므로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시거나 약을 복용 중이시라면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Oral Ingestion of Collagen Hydrolysate Leads to the Transportation of Highly Concentrated Gly-Pro-Hyp and Its Hydrolyzed Form of Pro-Hyp into the Bloodstream and Ski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PEPT1 경쟁 억제 및 섬유아세포 반응), https://pubs.acs.org/doi/10.1021/acs.jafc.6b05679
- 「Food-Derived Collagen Peptides, Prolyl-Hydroxyproline (Pro-Hyp), and Hydroxyprolyl-Glycine (Hyp-Gly) Enhance Growth of Primary Cultured Mouse Skin Fibroblast Using Fetal Bovine Serum Free from Hydroxyprolyl Peptide」, PMC (혈청 내 Pro-Hyp 혼입 및 재현성 문제),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982277/
- 「A Pilot Study for the Detection of Cyclic Prolyl-Hydroxyproline (Pro-Hyp) in Human Blood after Ingestion of Collagen Hydrolysate」, Nutrients 2018;10(10):1356,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213548/
- 식품안전나라 (기능성 원료 및 인정 문구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