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영양제 설명을 읽다 보면 AREDS라는 이름이 자주 나옵니다. 어떤 제품은 “AREDS2 조성”이라고 적어 두기도 합니다.
이 이름이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눈 영양제 분야에서 규모와 기간을 갖춘 임상시험이 드물어서, 지금 쓰이는 조성의 근거가 사실상 이 두 연구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준점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다만 기준점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은 이 두 연구가 언제 무엇을 물었고,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았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연구 조건과 우리가 실제로 사는 제품의 조건이 어디서 갈리는지도 짚겠습니다.
2001년, 처음으로 답이 나왔습니다
시작은 미국 국립안연구소가 지원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습니다. 이름이 AREDS, 우리말로 옮기면 노화 관련 안질환 연구입니다.
11개 센터에서 3,640명이 참여했고, 나이는 55세에서 80세 사이였습니다. 평균 6.3년을 지켜봤고 중간에 연락이 끊긴 사람은 2.4%뿐이었습니다[1]. 영양제 연구에서 이 정도 규모와 기간은 흔하지 않습니다.
참가자는 네 집단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알약을 받았습니다. 항산화제만 받는 집단, 아연만 받는 집단, 둘 다 받는 집단, 그리고 위약을 받는 집단입니다. 위약은 유효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가짜 약으로, 비교 기준이 됩니다.
결과는 한 집단에서만 뚜렷했습니다. 항산화제와 아연을 함께 받은 집단에서만 진행성 황반변성으로 넘어갈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낮아졌습니다. 오즈비 0.72였는데, 위험이 약 28% 낮게 나왔다는 뜻입니다[1]. 항산화제만 받은 집단과 아연만 받은 집단은 숫자가 낮은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확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참가자 중 눈 상태가 비교적 가벼웠던 1,063명은 5년 안에 진행성 황반변성으로 넘어갈 확률이 1.3%에 불과했습니다[1]. 애초에 진행할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들을 빼고 다시 계산하자 위험 감소 폭은 더 커졌습니다. 오즈비가 0.66으로 내려갔습니다[1].
이 숫자가 말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이 조성은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서 그 역할을 크게 했습니다. 연구진이 논문 결론에서 “55세가 넘으면 산동 안저검사를 받아 자신의 위험도를 먼저 확인하라”고 적은 것도 그래서입니다[1].
2013년, AREDS2는 두 가지를 다시 물었습니다
12년 뒤 후속 연구가 나왔습니다. AREDS2입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4,203명이 참여했고 나이는 50세에서 85세였습니다. 중앙값 기준으로 5년을 추적했습니다[2].
확인한 것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기존 조성에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더하면 효과가 더 좋아지는가. 둘째, 오메가3(DHA와 EPA)를 더하면 어떤가. 여기에 더해 베타카로틴을 빼거나 아연을 줄여도 결과가 유지되는지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답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5년 시점에 진행성 황반변성으로 넘어간 비율은 위약군 31%, 루테인·제아잔틴군 29%, 오메가3군 31%, 둘 다 받은 군 30%였습니다[2]. 숫자만 보면 루테인 쪽이 2%포인트 낮지만, 통계적으로는 차이를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루테인·제아잔틴의 위험비는 0.90이었고 신뢰구간이 0.76에서 1.07까지 걸쳐 있었습니다[2].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한다는 것은 “차이 없음”도 가능한 결과라는 뜻입니다. 오메가3는 위험비 0.97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습니다[2].
여기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AREDS2에서 루테인의 추가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에 조성이 바뀌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보니 1차 분석에서 추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조성이 바뀐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베타카로틴이었습니다. 베타카로틴을 받은 집단에서 폐암이 23명(2.0%), 받지 않은 집단에서 11명(0.9%) 발생했고, 대부분 과거에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이었습니다[2]. 그래서 연구진은 “추가 효과는 없었지만, 폐암 발생 가능성 때문에 루테인·제아잔틴이 베타카로틴을 대신할 적절한 카로티노이드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2].
효과가 더 좋아서 넣은 것이 아니라, 위험한 성분을 빼기 위해 자리를 채운 것이었습니다.
| 항목 | AREDS (2001) | AREDS2 (2013) |
| 참여 인원 | 3,640명 | 4,203명 |
| 연령 | 55~80세 | 50~85세 |
| 추적 기간 | 평균 6.3년 | 중앙값 5년 |
| 물은 것 | 항산화제·아연의 효과 | 루테인·제아잔틴, 오메가3 추가 효과 |
[표 1] 두 연구의 설계 비교 · 출처: AREDS 원문[1], AREDS2 원문[2]
두 연구 모두 미국 국립안연구소와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습니다[1][2]. 제조사가 주도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은 이 조성을 볼 때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참고로, 루테인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채소는 케일, 시금치, 파프리카 등 입니다.
2022년, 10년을 더 지켜본 뒤
임상시험이 끝난 뒤에도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계속 관찰했습니다. 2012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5년을 더 따라간 결과가 2022년에 발표됐습니다. 3,882명이 대상이었고 평균 나이는 72세, 여성이 57.7%였습니다[3].
두 가지가 확인됐습니다.
첫째, 베타카로틴의 폐암 위험은 시험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10년 시점에 베타카로틴을 배정받았던 사람의 폐암 오즈비는 1.82였습니다. 위험이 약 1.8배, 거의 두 배로 나왔다는 뜻입니다. 반면 루테인·제아잔틴을 배정받은 쪽은 오즈비 1.15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가 아니었습니다[3].
둘째, 10년을 놓고 보자 루테인·제아잔틴 쪽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후기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위험비가 0.91로, 위험이 약 9% 낮게 나왔습니다[3]. 베타카로틴을 받았던 사람들로 범위를 좁히면 위험비는 0.80까지 내려갔고, 루테인·제아잔틴과 베타카로틴을 직접 맞세운 비교에서는 0.85였습니다[3].
다만 이 결과들은 임상시험이 아니라 그 뒤를 따라간 관찰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무작위 배정의 힘이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는 설계이므로, 2013년의 1차 결과만큼 강한 근거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아연 용량은 낮은 쪽과 높은 쪽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3].
세 번의 발표와 그때마다 남은 결론
1992년 참가자 등록부터 헤아리면 30년에 걸친 작업입니다
AREDS 결과 발표
항산화제와 아연을 함께 먹은 집단에서만 진행 위험 감소
AREDS2 결과 발표
추가 효과는 확인되지 않음 — 폐암 위험 때문에 베타카로틴 제외
10년 추적 결과 발표
루테인·제아잔틴으로의 대체 판단이 10년 뒤에도 유지됨
“조성이 바뀐 이유는 효과가 아니라 안전이었습니다.”
세 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론이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참가자 등록이 시작된 1992년부터 헤아리면 30년에 걸친 작업이고, 지금 매대에 놓인 AREDS2 조성은 그 끝에 남은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매대의 제품은 어디쯤인가
미국 국립안연구소가 현재 안내하는 개정 조성은 여섯 가지입니다.
| 성분 | AREDS 조성 | 개정된 AREDS2 조성 |
| 비타민C / 비타민E | 500mg / 400 IU | 그대로 |
| 베타카로틴 | 15mg | 제외 |
| 루테인 / 제아잔틴 | 없음 | 10mg / 2mg |
| 아연 / 구리 | 80mg / 2mg | 그대로 |
[표 2] 조성의 변화 · 출처: 미국 국립안연구소 안내[4]
표를 보시면 바뀐 줄은 두 줄뿐입니다. 나머지는 2001년의 조성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매대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10월에 공표한 루테인 건강기능식품 비교 자료를 보겠습니다. 조사 대상 12개 제품은 루테인 단일 성분 6종과 루테인·아스타잔틴 복합 성분 6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5]. 열두 제품 모두 건강기능식품의 일일섭취량 범위는 충족했습니다[5].
여기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AREDS2에서 검증된 것은 여섯 가지가 함께 들어간 조성이고, 국내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은 루테인 중심의 제품입니다. 성분 하나가 겹친다고 해서 AREDS2의 결과가 그대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가격도 함께 보아 둘 만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일일섭취량당 가격은 최대 4배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5]. 이 조사는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조사 당시 기준으로 최근 6개월 이내에 루테인 제품을 사거나 먹어 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4월 설문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제품들을 골라 진행한 것입니다[5].
연구 조건과 내 조건이 다른 지점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AREDS와 AREDS2에 참여한 사람들은 눈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AREDS2는 양쪽 눈에 큰 드루젠이 있거나, 한쪽 눈이 이미 진행성 황반변성인 사람만 받았습니다[2]. 드루젠은 망막 아래에 쌓이는 노란 침착물로, 황반변성의 초기 신호로 봅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보충제가 도움이 되는 대상은 중등도 황반변성이 있거나 한쪽 눈에 진행성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이며, 황반변성의 발병 자체를 예방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4]. 백내장 수술을 줄이지도 못했습니다[1].
그러니 “눈이 침침해서” 또는 “나이가 들어서” 이 조성을 고려하시는 상황이라면, 연구가 답한 질문과 내가 묻고 있는 질문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내 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고, 2001년 논문의 결론도 정확히 그 이야기였습니다[1].
담배를 피우셨던 분이라면 하나 더 있습니다. 베타카로틴이 든 예전 조성은 전 흡연자에게서 폐암 위험을 높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국립안연구소는 현재 흡연자와 과거 흡연자 모두 베타카로틴이 들어간 조성을 피하도록 안내합니다[4]. 가족에게 눈 영양제를 권하실 때 성분표에서 베타카로틴 유무를 확인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연도 짚고 가겠습니다. 이 조성의 아연 80mg은 일상적인 보충 수준이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쓰인 용량입니다. 구리 2mg이 함께 들어 있는 것도 고용량 아연이 구리 흡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영양제에 아연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합산해 보시고, 신장 관련 이력이 있거나 약을 드시는 분은 시작 전에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내 제품의 인정된 기능성 문구와 일일섭취량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식품안전나라에서 제품명으로 조회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6]. 국내에서 인정된 기능성은 눈 건강 범주의 표현이며, 황반변성의 치료나 예방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어 풀이
- 드루젠 — 망막 아래에 쌓이는 노란 침착물로, 황반변성의 초기 신호로 봅니다.
- 진행성(후기) 황반변성 — 시력에 실제 손상이 생기는 단계를 말합니다.
- 위약 — 유효 성분이 없는 가짜 약. 비교 기준으로 씁니다.
- 오즈비 0.72 — 위험이 약 28% 낮게 나왔다는 뜻입니다.
- 신뢰구간이 1을 포함 — “차이 없음”도 가능한 결과라 확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음 안과 진료 때
두 연구를 시간 순서로 놓고 보면 남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2001년에 확인된 것은 항산화제와 아연을 함께 먹었을 때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서 진행 위험이 낮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2013년에 확인된 것은 루테인을 더해도 추가 효과는 없었지만 베타카로틴은 빼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2022년에 확인된 것은 그 판단이 10년 뒤에도 유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조성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제품을 고르는 일보다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내 눈이 연구가 대상으로 삼았던 상태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건 성분표가 아니라 검사가 알려줍니다.
다음 편에서는 루테인과 함께 자주 묶이는 아스타잔틴이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정리
- AREDS(2001)는 3,640명을 평균 6.3년 추적했고, 항산화제와 아연을 함께 먹은 집단에서만 진행 위험이 의미 있게 낮아짐(오즈비 0.72)[1]
- 눈 상태가 가벼웠던 참가자는 5년 진행 확률이 1.3%에 불과해, 이 조성은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서만 값을 했음[1]
- AREDS2(2013)에서 루테인·제아잔틴과 오메가3의 추가 효과는 1차 분석에서 확인되지 않음[2]
- 조성이 바뀐 이유는 효과가 아니라 안전 — 베타카로틴 배정군에서 폐암이 더 많았고 대부분 전 흡연자였음[2]
- 10년 추적(2022)에서 베타카로틴의 폐암 오즈비는 1.82, 루테인·제아잔틴은 1.15로 대체 판단이 유지됨[3]
- 현재 개정 조성은 비타민C·비타민E·루테인·제아잔틴·아연·구리 여섯 가지[4]
- 국내 조사 12개 제품은 루테인 단일 또는 루테인·아스타잔틴 복합으로, 연구에서 검증된 조성과 구성이 다름[5]
- 이 보충제는 황반변성 발병을 예방하지 않으며, 대상은 중등도 황반변성이나 한쪽 눈 진행성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4]
※ 본 글은 연구 내용을 정리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의 우열을 판단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눈 상태의 판단과 보충제 섭취 여부는 안과 진료를 통해 결정하시기 바라며, 지병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신 분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Age-Related Eye Disease Study Research Group,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of high-dose supplementation with vitamins C and E, beta carotene, and zinc fo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nd vision loss: AREDS report no. 8”, Archives of Ophthalmology 2001;119(10):1417-36 (PubMed 등재), https://doi.org/10.1001/archopht.119.10.1417
- AREDS2 Research Group, “Lutein + zeaxanthin and omega-3 fatty acids fo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the Age-Related Eye Disease Study 2 (AREDS2)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3;309(19):2005-15 (PubMed 등재), https://doi.org/10.1001/jama.2013.4997
- Chew EY, Clemons TE, Agrón E, et al., “Long-term Outcomes of Adding Lutein/Zeaxanthin and ω-3 Fatty Acids to the AREDS Supplements on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Progression: AREDS2 Report 28”, JAMA Ophthalmology 2022;140(7):692-698 (PubMed 등재), https://doi.org/10.1001/jamaophthalmol.2022.1640
- National Eye Institute (NIH), “About AREDS and AREDS2”, https://www.nei.nih.gov/eye-health-information/clinical-trials/age-related-eye-disease-studies-aredsareds2/about-areds-and-areds2
- 한국소비자원·소비자24, 「비교공감 제2023-16호 루테인 건강기능식품」(2023. 10.), https://www.consumer.go.kr/user/ftc/consumer/cnsmrBBS/79/selectInfoRptDetail.do?infoId=A1080008
- 식품안전나라, 「건강기능식품 검색」(제품별 기능성·함량 조회), https://www.foodsafetykorea.go.kr/portal/healthyfoodlife/searchHomeHF.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