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H 에스트라디올 정상수치, 갱년기 검사지 읽는 법과 한 번 검사로 알 수 없는 이유

FSH 에스트라디올 수치는 갱년기 검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두 항목입니다. 검사지를 받아 들면 숫자 옆에 참고범위가 여러 줄 적혀 있고, 어느 줄에 나를 대입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합니다.

저는 이 시기에 접어들면 피검사를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그 전제부터 흔들렸습니다. 오늘은 검사지에 무엇이 적혀 있고, 그 숫자가 어디까지 말해 주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은 검사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스스로 판정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단은 반드시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미지 1 —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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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텍스트(alt): 아침 햇빛이 드는 병원 복도의 빈 대기 의자들

 

검사지에 나오는 네 가지 항목

갱년기 관련 호르몬 검사에서 보게 되는 항목은 대개 넷입니다.

  • FSH (난포자극호르몬) — 뇌하수체가 난소를 자극하려고 내보내는 호르몬.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올라갑니다.
  • E2 (에스트라디올) — 난소가 만드는 여성호르몬 중 대표 격.
  • LH (황체형성호르몬) — FSH와 함께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
  • AMH (항뮐러관호르몬) — 남아 있는 난포의 양을 반영하는 지표.

단위도 기억해 두시면 편합니다. FSH와 LH는 보통 mIU/mL 또는 IU/L로 적히는데, 이 둘은 숫자가 같습니다. 단위가 달라 보여도 값을 환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에스트라디올은 pg/mL을 주로 씁니다.

 

참고범위가 여러 줄인 이유

검사지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참고범위가 하나가 아니라 난포기, 배란기, 황체기, 폐경 후처럼 여러 줄로 나뉘어 있습니다.

여성의 호르몬은 월경주기 안에서도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달에 검사해도 주기 며칠째에 뽑았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검사실은 하나의 정상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시기별로 나눠 놓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폐경 이행기에는 주기 자체가 불규칙해집니다. 그러면 지금 내가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해지고, 어느 줄에 대입해야 할지도 애매해집니다. 검사지 위의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가 이것입니다.

검사지를 확인하는 의사

 

한 번 뽑은 피로 확정하기 어려운 이유

두 번째 이유는 이행기 호르몬의 성질 자체에 있습니다.

이행기 초기의 FSH는 오르긴 하되 들쭉날쭉합니다. 이행기 후기로 가면 25 IU/L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갑니다[1]. 문제는 그 사이 기간에 값이 오르내린다는 점입니다.

에스트라디올은 더합니다. 국내 심사 기준 문서에도 “난소의 기능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는 수년 동안 등락을 거듭하므로 한 시점에서 에스트로겐 측정으로 난소의 기능을 판정하기는 부정확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3]. 검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한 번의 값으로 판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애매한 경우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측정합니다. 대한폐경학회의 연수강좌 질의응답에서도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1~2개월 간격으로 반복 측정한 FSH와 E2를 함께 보는 접근이 언급됩니다[4].

 

국내 검사에서 LH가 빠지는 이유

이 부분은 한국에서 검사를 받으시는 분께 특히 실용적인 내용입니다.

건강보험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폐경기 관련 호르몬 검사의 인정 기준을 정리하면서, 폐경 진단 시에는 난포자극호르몬(FSH) 검사만 인정하고 조기 폐경인 경우에 한해 에스트라디올 검사를 추가로 인정하도록 했습니다[3]. 첫 검사로 확실치 않으면 1회 추가 인정하되, 55세 이상은 이미 폐경 상태로 보아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인정합니다[3].

특히 황체형성호르몬(LH)은 폐경의 진단 및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3]. 폐경 진단 후 호르몬치료 중에 시행하는 FSH 검사도 의미가 없어 인정되지 않습니다[3].

검사지에 FSH만 덩그러니 있고 LH나 E2가 없어서 “검사를 덜 해준 건가” 싶으셨다면, 그게 아니라 국내 심사 기준상 그렇게 설계된 것입니다. 항목이 적은 것이 부실한 검사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45세가 넘으면 검사가 필요 없다는 지침

여기가 제가 생각을 고친 지점입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폐경 지침은 45세 이상의 건강한 여성에게 폐경 증상이 있다면 검사 없이 임상적으로 진단하도록 권고합니다[2]. 12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 폐경으로, 최근 시작된 혈관운동증상과 주기 변화가 있으면 폐경 이행기로 판단하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2].

더 나아가 45세 이상에서는 AMH, 인히빈, 에스트라디올, 동난포 수 같은 검사를 폐경 판단 목적으로 쓰지 말라고 못박고 있습니다[2]. 혈중 FSH 측정은 40~45세에서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40세 미만에서 폐경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고려하도록 제한합니다[2].

이유는 앞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FSH는 짧은 기간에도 크게 변동하고, 증상의 강도나 지속 기간과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저는 검사 결과가 나와야 뭔가 확실해진다고 여겼는데, 지침의 방향은 반대였습니다. 증상과 주기 변화가 이미 충분한 정보라는 것입니다. 검사를 못 받아서 답답했던 게 아니라,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상선 검사를 함께 보는 경우

이건 알아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피로감, 체중 변화, 불안, 우울감, 변비나 잦은 변, 생리 불순, 체온 변화. 이 증상들은 전형적인 폐경 증상과 겹치는데, 동시에 갑상선 질환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갑상선 질환은 50세 이상 여성에게 흔히 발견되고, 호발 연령이 폐경 이행기와 비슷합니다[5].

그래서 국내 연구에서는 폐경 증상을 호소하는 이행기 여성에서 호르몬 치료 전에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진료 방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5].

증상만 놓고 갱년기라고 단정하면 다른 원인을 놓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검사가 폐경을 확인하는 용도로는 제한적이지만,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용도로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검사 전에 알려야 할 것

검사를 받으시게 된다면 진료 시 아래를 미리 말씀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 중인지 — 복합 경구피임약이나 고용량 프로게스토겐은 FSH 측정값에 영향을 줍니다[2].
  •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지 — 치료 중 FSH 검사는 해석이 달라집니다[3].
  • 마지막 생리일과 최근 주기 변화 — 참고범위 적용에 필요합니다.
  • 복용 중인 다른 약과 갑상선 관련 병력

그리고 검사보다 더 도움이 되는 준비물이 있습니다. 생리 날짜와 증상을 적어 둔 기록입니다. 지침이 증상과 주기 변화를 1차 근거로 삼는 이상, 그 기록이 곧 진단 자료입니다.

낮은 나무 탁자에 마주 놓인 두 개의 찻잔과 접힌 수첩

 

마치며

검사지의 숫자는 그 자체로 답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다른 정보와 함께 놓일 때 의미가 생기는 재료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가지를 고쳤습니다. 검사를 해야 확실해진다는 생각, 그리고 항목이 많아야 제대로 된 검사라는 생각입니다. 둘 다 실제와 달랐습니다.

수치가 궁금해서 이 글을 찾으셨다면, 숫자를 혼자 대입해 보시기보다 그동안의 주기와 증상을 정리해 진료 때 함께 보여 주시길 권합니다. 그쪽이 훨씬 빠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기에 자주 언급되는 이소플라본이 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정리

  • 검사지의 참고범위가 여러 줄인 것은 월경주기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
  • 이행기에는 주기가 불규칙해 어느 참고범위를 적용할지부터 애매해짐
  • 에스트로겐은 수년간 등락을 거듭해 한 시점의 측정으로 난소 기능을 판정하기 어려움
  • 국내 심사 기준상 폐경 진단은 FSH만 인정, LH는 진단·치료에 영향이 없어 미인정
  • 국제 지침은 45세 이상 건강한 여성이라면 증상만으로 진단하고 검사를 권하지 않음
  • 증상이 겹치는 갑상선 질환 감별을 위해 갑상선 기능 검사가 함께 고려되기도 함

※ 본 글은 검사 항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검사 수치는 개인의 상태와 검사 시점, 검사실 기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므로 결과 해석과 진단은 반드시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수치를 스스로 판정하거나 그에 따라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조정하지 마십시오.

 

참고자료

  1. StatPearls, “Menopause”, NCBI Bookshelf,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507826/
  2. NICE, 「Menopause: identification and management (NG23)」 Recommendations, https://www.nice.org.uk/guidance/ng23/chapter/recommendations
  3.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폐경기 및 폐경기 전후 장애에 2~3종 동시 시행한 호르몬검사의 인정기준」 심의 결과, https://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40684
  4. 대한폐경학회, 제64차 추계연수강좌 질의응답, https://www.koreanmenopause.or.kr/content/community/post_view.php?bt=4&post_id=4778
  5. 김영선 외, 「폐경 증상을 호소하는 폐경 이행기 여성에서 갑상선 감별 진단의 필요성」, 대한폐경학회지, https://synapse.koreamed.org/upload/synapsedata/pdfdata/0165jksm/jksm-18-17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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